경북 | 북안소류지에서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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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기언 작성일14-05-12 14:20 조회15,149회 댓글5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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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5.10. 점심을 먹고 조우회 월례회 참석차 북안소류지로 갑니다.
이젠 한낮의 태양이 뜨거워 얼굴과 팔을 그을지 않고 땀을 덜 흘리려면 오후 늦게 가는 게 여러모로 좋지만 눈앞에 아른대는 반가운 얼굴들, 삼삼하게 맴도는 술병과 술잔들, 삶의 자잘한 얘기와 구수한 목소리들 그리고 호탕한 웃음과 잔잔한 미소......
그래서 오후 늦게 출조하는 평소 패튼과 달리 일찍 출발합니다.
풋풋하던 시절의 이쁜 추억과 아린 기억이 몽글몽글 솟는 곳, 오늘도 이 곳 동촌유원지 입구에서 신호대기를 합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회원들의 차량이 길가장자리 따라 주~욱 늘어서 있습니다. 고문님 차량번호를 백미러로 가리려고 노력 했습니다. 잘 가려져서 보이지 않지요? ㅋ~
보고픈 마음은 이심전심인 모양입니다. 벌써 거의 모든 회원이 와서 한잔들 하시기도 하고 쪼우시는 분들도 있네요.
일단 한잔 걸치고 자리를 살펴보니 수초가 빽빽하여 제방외에는 마땅한 자리가 없습니다.
제방에 자릴 잡고 점방을 차려 봅니다. 오랜만에 낫질을 하고 목초액을 살포한 뒤 의자를 배치하고 받침틀을 펴서 한대 두대 낚싯대를 드리우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파라솔을 잘 안 치는데 햇살이 따가워 폈습니다. 제자리에서 본 상류, 제방 좌우안, 대편성 그리고 일몰 후 전경, 일출 전 피어나는 물안개... 개인적으로 풀내음과 낙엽타는 내음을 좋아하는데 낫질을 했더니 풀내음이 더욱 진하더군요. 풀이 쓰러지거나 소멸되면서 내뿜는 건데 그 내음이 싱그럽게 느껴지는 것도 약간의 죄스러움을 느낍니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너무 민감한 건가요?
못으로 가는 밭에 배와 복숭아가 있네요. 꽃지고 난 자리에 알알이 맺힌 열매가 앙증맞네요.
요넘들도 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장마, 태풍을 견뎌 가을이 오면 탐스럽게 익어 주렁주렁 매달릴 테지요.
제방에서 상류를 보고, 물맑고 공기 좋은 곳입니다. 상류에 외딴 집이 있는데 노부부가 참 부지런 하더군요.
제방, 제방 좌우안, 제방아래, 무너미쪽 그리고 제방우안 코너바리에 대편성하신 김고문님의 자리입니다. 마이 폈네요. 즐낚하이소.
조금 있으면 저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넘어 갈텐데도 태양은 강렬합니다. 이제 짧은 소매를 입으면 팔띠기가 빨갛게 익을 겁니다. 빨갛게 익은 후엔 껍데기가 버지기도 하죠. ㅋ~
주조사님 자리에서 제자리와 무너미에 자리한 낙조거사님자리를 엿봅니다. 낙조님이 보이네요. 요기 주조사님 자리에서 9치가 나와 1등을 했네요.
술이 과했나 봅니다. 늦게까지 마시다가 입질도 없어 자정이 조금 지나고 차안으로 들어가 자는데 몹시 춥더군요. 겨울옷을 두껍게 입고 잤는데도 새벽에 추워서 시동 걸려다가 참았습니다. 추위로 눈은 떴는데 몸이 뻣뻣하여 비몽사몽인데 주조사님이 차창을 두드리네요. 모두 깼는데 혼자 잔다고 빨리 일어나라고... 시계를 보니 5시, 먼동이 트네요.
발그레 상기된 새악시 볼같은 빛깔 너머로 오늘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고, 못위 부지런한 촌로의 경운기 소리가 골짝을 맴도는 하루가 열리고 있습니다. 약주를 좋아 하시는 어르신 건강하십시요.
물안개가 피어 올라 산들바람에 하늘거리고 새소리가 경쾌한 아침입니다. 낚시꾼은 물안개를 좋아하지만 물안개에 놀란 옛 스승님의 얘기가 기억납니다. 제 기억으로는 국어선생님이지 싶은데 고교시절이라 가물가물하네요.
바람부는 새벽에 물안개는 피어 오르고 밤새도록 쪼운 탓에 꿈인지 생시인지 몽롱하게 앉아 있는데 못안에서 누군가가 스르륵 걸어나오는 것 같아 놀라서 고함을 질렀는데 야아아~
주변의 지인이 달려와 왜 그러냐고 묻는데 뒷통수만 긁적이며 졸다가 잠꼬대 했다고 말했답니다.
꾸벅꾸벅 자불다가 피어오른 물안개가 회오리바람에 휭하니 돌면서 물안개속에서 누군가가 스르륵 다가 오는데 사람형상 처럼 보여서 그랬답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때 놀란 가슴은 오랫동안 선생님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했다고 하네요. 그 당시 스승님 나이보다 많은 지금의 제 기억에도 아직 남아 있으니 스승님 뇌리에 오래 각인되었을 듯 합니다. 상류에서 물안개 피는 제방을 보고.
좌안상류에 권조사님이 보이네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포인트가 좋네요. 물안개에 가려 잘 안 보이지만 수초가 적당히 분포되어 있고 수심도 1.5m 정도로 이 못에서는 제일 낮은 곳이네요.
돌아갈려고 하니 여기까지 와서 고기구경도 않하고 가면 섭하다며 망테기를 보여 주시네요. 음! 많이 잡았네요. 여기가 7~8치급이 마리수로 나온 자립니다. 한마리 잡을 때마다 호수가 들썩거렸는데 마릿수가 많았으니 짐작 하시겠죠. 으험!
어미소는 해꼬지할까 봐 걱정되어 인간을 조심하라는데 송아지는 늠름하게 바라 보네요.
토끼풀을 시계꽃이라고도 하고 클로바라고도 하지요.
밑에는 조뱅이라는 풀인데 가시가 있어 엉겅퀴와 조금 헷갈립니다. 조뱅이,엉겅퀴,사데풀,지칭개 등은 모양이 비슷합니다. 조뱅이 아래 있는 것이 지칭개이고 그 아래가 씀바귀로 보입니다. 씀바귀와 고들빼기도 헛갈리는데 구분하는 방법이 있답니다.
상류에 모판같은 걸 만들어 놓았는데 정성이 많이 들어간 듯 합니다. 못자리 만들고 로타리치고 논에 물채우는 모내기철이 곧 도래할 것 같네요. 그 때는 낚시꾼에게는 약간의 시련기가 될 것입니다.
낚싯대를 걷는데 3.3대의 찌에 참붕어알을 소복히 붙여 놓았네요. 밤새도록 애써 붙였는데 뗄려니 좀 안스러워 떼어서 물에 넣어 줄려고 했으나 어찌나 단단히 붙혀 놨는지 뗄 때 터지는 알이 많네요. 한마리라도 부화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한수하고 손닦는 주조사님! 아침장 보시는 회장님! 밤에 이슬이 많이 내렸네요. 밤중에 제방길을 몇번 왔다갔다 했더만 바지가랑이가 축축해질 정도로 이슬이 많이 내렸습니다.
간밤의 결실, 마릿수는 많아요. 포도알이 알알이 배기는 시절입니다. 정든 곳을 떠나 새출발 하시는 모든 분들께 행운을 기원합니다.
댓글목록
전추원님의 댓글
전추원 작성일
멋진 조행 이야기 잘 보고갑니다.
수고하셨네요.
항상 안출 하십시요.
윤기언님의 댓글
윤기언 작성일
감사합니다.
님의 멋진 조행기 잘보고 있습니다.
김정수님의 댓글
김정수 작성일
즐거운 추억 만든 조행 잘보았습니다...
손맛들도 두루두루 보시고...
뭐니뭐니해도...물가에서 맞는 아침은...참 아름답죠...
물안개와 일출은 거의 환상적이지요~
아직 추운 밤공기 늘 안출하시구요...
안전하고 즐거운 출조길 되십시요...
윤기언님의 댓글
윤기언 작성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청정 강원도의 조행기, 눈이 상쾌해 지더군요.
백종원님의 댓글
백종원 작성일잘보고 갑니다~`